한국수필문학관 1

0
60

[수완뉴스=임윤아] 국내에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만 50만 명이 넘는다. 수필을 쓰는 사람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에세이를 쉽게 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작가의 상상력과 작가의 감을 믿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일기 형식에 가까우며, 분량도 그리 길지 않다. 누구나 도전하는 만큼 누구나 수필을 쓴다고 말한다. 진실을 쓰는 일이기도 하면서,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A4 용지에 기록해 남에게 보여주는 일.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은 휴대폰, 벌거벗은 몸으로 활보하는 길거리, 창문이 없는 주택, 벌이 없는 벌집이라고 생각한다. 수필은 그만큼 저자 자신을 숨길 수 없으며, 있는 그대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드러낸다. 내 지난 과거를 해부해 오늘날 설명하는 셈이다. 대상이 누구이든지 간에 내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밝혀야하는 수필이 사실 마냥 어려울 때도 있다. 오히려 상상력과 엄청난 분량 속에 파묻히는 소설이나 시나리오가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문학을 선택한 뒤로 이 몸 하나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육식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시라는 수풀을 헤집고 소설이라는 숲을 건너 햇살 가득 만끽하고 있다가 어느 날 깨닫는다. 여기는 수풀 속이며,함부로 발을 들였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된다는 것을, 수필은 곧 노려지기 쉬운 허허벌판인 셈이다.동시에 내 이야기를 쓰려고 하자마자 나의 과거에 갇혀있음을 깨닫는다. 전과 다르게 내 비쩍 마른 육식의 몸을 은닉할 수 없다.

문장 하나하나가 거대한 나무이며, 우거진 숲은 곧 저자 자신을 숨기기 좋은 소설과도 같다. 소설은 숲(林)인 셈이다. 시는 숲을 이루는 크고 작은 나무(木)이다. 두 개가 정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소설과 시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정반대에 놓여있는 것이 오히려 허허벌판인 수필이다. 나뭇잎을 떨어트린 나무처럼, 기교를 부릴 수 없다. 팩트에 대해서만 나열한다. 수필은 결코 단순하게 접근한다 해서 쟁취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해 약간의 한계점을 인지하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한국수필문학관’이라는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수필을 쓰기는 하지만, 소설과 시와는 다른 세상이었으므로, 과연 내가 나를 드러내는 문학인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일까.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걸 배워야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나도 진짜 내 이야기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꺼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안고 위층으로 향했다.

일반인에게도 열람이 가능한데, 직원 분께 양해를 드렸다. 사진을 짧게 찍으며, 수필 세계에 대한 이야기, 솔직한 사정, 대구 문학의 방향성, 성공할 수 있는 길이나 수필가로서의 힘겨움, 수필 자체의 장단점 등 다양한 폭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이 배웠고, 많은 제안을 들었다.

(사진촬영=임윤아 칼럼리스트) 
한국수필문학관
대구 중구 명륜로23길 2

글, 사진 임윤아 칼럼리스트 (rmftmftkfka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