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역사에서 사라진 자 왕방연, 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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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비.방연 프로그램북)

[수완뉴스] 창극 <아비. 방연>은 조선 후기 계유정난 시 단종의 귀양길을 호송하고 사약을 전달하는 책무를 맡았던 의금부도사 ‘왕방연’이라는 실존인물을 소재로 상상력을 가미하여 만든 창작 창극이다. 왕방연은 역사 속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곳의 사료에서만 짧게 언급되었을 뿐, 그 어디에도 출생과 사망의 기록이 없는 인물이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허구의 이야기를 덧붙인 ‘팩션 (faction: fiction+fact) 창극’의 장르로 최근 영화, 드라마에서의 열풍이 연극에서도 이어졌다.

 

아버지와 충신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왕방연의 모습을 그려내는 창극 <아비. 방연> 속 왕방연은 충신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자식을 택한다. ‘아버지’의 의미가 계속해서 집중되는 현시대 속에서 깊은 부성애를 보여주는 작품의 주제와 더불어 이를 창극으로 풀어내었다는 점으로 창극 <아비. 방연>은 큰 기대를 모았다. 창극 <아비. 방연>은 관객들에게 부모와 가족이라는 소재로 표현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의미를 가져다준다.

 

1450년대 단종의 폐위와 유배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만들어 보여주는 부성애는 2016년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고, 감히 우리의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우리는 아버지와 충신 사이에서의 역할 갈등을 겪다 결국 자식을 택한 왕방연의 선택을, 결과적으로 어느 편에 서서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다. 지금 현재와는 확연히 다른 특정한 시대적 배경의 몫도 있으며 그 상황 속 왕방연이라는 사람 개인의 선택이었을 뿐이기 때문이고, 내가 느낀 창극 <아비. 방연>이 던지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하여금 그 선택의 옳음과 옳지 않음을 판별하기 위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너는 내 복이다.” 라는 대사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돈다. 충신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 전부터, 갈등을 겪고, 그 갈등을 통해 자신의 최종적인 선택으로 결정을 하기까지 왕방연의 딸 소사에게 계속해서 해주었던 말이다. 이를 통해 아버지의 역할은 충신의 역할과는 관계없이 한결같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부성애가 시대적 특수성으로 충신과의 역할과 저울질을 하게 된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 각자에게 ‘부성애’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고 자식을 위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창극 <아비. 방연> 이다.

 

또한, 일반적인 창극과는 달랐다. 마치 팝 음악을 듣는 것처럼 젊은 층이 보기에도 부담이 없었는데, 그 이유로는 사용되는 악기에 있었다. 피아노, 클래식 기타 등 팝 음악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악기들이 사용되었고,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한’이 담겨있는 정서나 왕방연의 감정을 창 음악으로 더 크게 불러일으켰다.

 

여민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