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토끼 모형 제작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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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뉴스=조윤서)

 

안녕하세요? 칼럼니스트 조윤서입니다.

 

여러분은 ‘순수한 맛’의 음식을 먹어보셨나요? ‘순수한 맛’은 무엇일까요? ‘순수한 맛’은 자연의 재료로만 사용된 맛을 의미합니다. 즉, ‘순수한 맛’은 인공첨가물이 조금이라도 사용된 ‘자극적인 맛’과 대비되는 맛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맛’은 사물을 왜곡시키지 않고 인지하는데 도움을 주며, 감각의 인지 과정을 계발시키는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순수한 맛’과 ‘자극적인 맛’은 인지할 때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자극적인 맛’을 인지할 때에는, 제일 강한 자극이 먼저 선별되어 느껴집니다. 두 번째로 느껴지는 자극들은 그 강도가 대체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세게, 굵직하게, 천천히 인지됩니다. 그래서 자극이 약한 것은 잘 인지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맛’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 맛에 대해 거의 다 안다고 생각하게 되고, 다른 자극들을 알아보려는 의지가 약화됩니다. 그에 따라 ‘자극적인 맛’에 쉽게 지루함을 느껴서 집중의 강도는 약해지게 되고, 다 먹은 후에도 자신에게 가장 와 닿은 한두 가지 자극만 기억에 남게 됩니다. ‘자극적인 맛’을 인지한 후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몸이 피로해지거나 급한 성향을 지닙니다.

 

반면 ‘순수한 맛’을 인지할 때에는, 자극이 거의 없어 집중이 극대화 됩니다. 아주 미약한 자극을 찾아 집중하면 순차적으로 자극의 정보가 수집되고, ‘순수한 맛’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생겨 더욱 집중을 쏟게 됩니다. 아주 짧은 시차를 두고 여러 개의 자극들이 하나씩 순차적으로 빠르게 발견되어 머리가 차분해지며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이 다양하게 자극받아서 시원한 느낌을 받습니다. 집중의 초점이 자기 자신에게로 모아져 있음을 느끼고, ‘순수한 맛’을 인지하는 과정이 끝난 후 정신을 바짝 차려 사물을 볼 때면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극적인 맛’과 ‘순수한 맛’을 구분하여 인지하는 것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할 수 있지만, 감각의 인지 능력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순수한 맛’을 인지하는 순서 및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바꾸어 말하면, ‘순수한 맛’을 자신의 방식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개성이 묻어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각의 인지 과정을 계발하는데 있어서, 외부 정보를 받아들여 인지 과정을 통해 지각하고 이를 표현하는 원리는 맛 평가의 원리와 동일합니다. 즉, 바깥 세상에 펼쳐진 자연물과 조형물을 자세히 관찰하면 왜곡이 없이 인지를 하게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사물의 표정이나 특징, 구조, 본질 등을 지각하게 되고, 미술, 디자인 등의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는 맛을 평가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미술 평론가 아른하임은 “도시와 같은 잘 정리된 형태 세계에서 눈을 돌려 주위 풍경을 바라본다면, 나무라든지 덤불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주 혼란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나무의 줄기나 가지들은 어떤 일정한 방향을 나타내고 있으며, 나무나 숲의 전체는 때때로 아주 이해하기 쉬운 구나 원기둥의 형태로 나타나 보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조형물뿐만 아니라 자연물에도 질서가 있고, 수학적 법칙이 깃든 기하학적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조형물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는 활동과 자연물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는 조형연습은 뇌를 활성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양고추를 먹고 영감을 얻어 ‘토끼’ 모양의 조형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예전에 팥죽의 반찬으로 나온 배추김치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배추김치에 있던 푸른 고추가 청양고추인지 모르고 무심코 씹었는데, 따가우면서 매운 향기가 이빨을 넘어서 혀까지 도달하니 혀를 시작점으로 하여 머리로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가 확 올라왔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얼굴이 홍당무가 될 정도로 강하게 매워서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도 땀이 나서 매운 열을 식혀주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때, 매운 빨간색과 땀이 주는 시원한 하얀색이 섞인 분홍색이 연상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스치는 이러한 감각의 반응을 느낀 것이 특이하여 이 느낌을 불그스름한 얼굴의 깜짝 놀라는 표정의 토끼를 소재로 작품으로 만들어보면 흥미롭겠다는 호기심이 생겨 조형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함께 아래의 과정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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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얼굴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토끼 사진 자료를 수집했고, 농장에 있는 토끼의 얼굴 표정, 생김새를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청양고추를 먹고 화끈하게 매웠던 경험을 살려 분홍색 토끼 이미지를 아르키메데스의 준정다면체 중 이중절단 정육면체를 선택하여 만들었습니다.

 

토끼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맛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여러분도 본인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으로 한 번 만들어 보시면 인지 과정을 통한 창의성 계발에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수완뉴스 조윤서 칼럼니스트(sarazi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