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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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뉴스=조윤서)​

안녕하세요? 칼럼니스트 조윤서입니다.

여러분과 저는 지난 8화부터 감각의 요소를 통한 맛 평가를 넘어 입체도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조형연습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켜 디자인 창의성을 계발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감각의 인지 과정은 두 가지 경로로 나뉘어진다는 사실을 들어 보셨나요? 첫 번째 경로는 먹을 수 없는 외부 사물 및 정보의 속성이 빛, 공기 등의 매개물로 인해 우리 신체의 감각 기관에 접촉되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 반응이 신경 조직을 타고 뇌로 전달된 것 중 일부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경로는 먹을 수 있는 외부 사물의 속성이 우리의 의지로 인해 입 안으로 들어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오감 코드를 통해 생성된 감각 반응이 신경 조직을 타고 뇌로 온 것 중 일부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두 번째 경로를 통해 감각을 인지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어서, 외부에서 접한 정보를 언어, 미술, 디자인 등의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할 때 첫 번째 경로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경로까지 이용하여 감각을 집중적으로 인지한다면 평소 덜 사용하였던 감각들까지 활성화시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각 반응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입 안에서 시각을 제외한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 코드를 발견하여 인지 능력이 전체적으로 향상됩니다. 맛 평가는 바로 이러한 두 가지 경로를 모두 이용하여 감각의 인지 능력을 다양하게 발달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첫 번째 경로로 감각을 인지하고 표현할 때보다 감각을 더 인지하여 풍부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팥죽집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바나나, 참외, 플레인 요구르트를 섞어서 주신 별식에서 영감을 얻어 ‘미운 오리새끼’를 소재로 오리 모양의 조형물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그 디저트는 바나나, 참외를 갈고 발효시킨 플레인 요구르트를 섞은 것으로 건강한 별식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노란색과 하얀색이 섞인 누르스름한 색깔이어서 솔직히 맛있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디저트의 재료 중 하나인 바나나는 많이 숙성되어 거무스름한 부분이 많아 할인해서 샀다고 하셔서 내심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한 숟갈을 떠서 맛보았더니 바나나와 참외의 달콤하면서 상큼한 맛이 플레인 요구르트의 부드러운 맛과 조화롭게 되어 당혹스러울 정도로 의외의 반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때, 겉보기에는 그 가치를 몰라줄 정도의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맛을 봤을 때 겉모습만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그 디저트에서 동화 ‘미운오리 새끼’가 연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리를 소재로 한 조형물을 만들게 되었는데요. 함께 보시죠.

 

오리

 

 

오리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오리 사진들을 수집했고, 오리 농장에 가서 오리의 얼굴 표정, 생김새를 직접 관찰했습니다. 이를 통해 플라톤의 정다면체 중 정십이면체와 정이십면체를 결합시켜 오리의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색상은 바나나와 참외가 섞인 요구르트를 맛본 경험을 살려 몸통과 날개는 바나나의 진한 노란색으로, 얼굴은 참외의 연한 노란색으로, 부리는 플레인 요구르트의 햐얀색으로 선택했습니다.

 

감각의 인지 과정을 계발한다는 것은 입 안에서 무수하게 자극되는 미세 분자들의 감각 반응들을 감지하며 생성된 여러 이미지들을 특정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했을 때 나타납니다. 또한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여러 이미지들은 미세 분자들의 감각 반응에 여태까지 살아 온 경험이 개입되어 그 반응들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무궁무진하게 변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도 감각 반응으로부터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인지하여 조형물로 표현해 보시면 감각의 인지 과정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완뉴스 칼럼니스트 조윤서 (sarazi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