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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뉴스=권수희)

 

세상과의 소통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뚱뚱한 몸통으로 까만 바탕에 초록색 글자들이 어지러이 움직이던 구형 Xp에서, 한 손 엄지손가락만으로 원하는 정보와 이미지를 척척 얻어내는 모바일 컴퓨팅,뿐만 아니라 그 즉시 전 세계를 아울러 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이토록 요동치는 21세기를 관통하여 살아온 우리 스스로가 문득 대견하게 느껴진다.

사실 ‘IT의 대격변은 우리에게 있어 시냇물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든 생활과 같다. 사리 분별을 못하는 꽤 어릴 적부터 컴퓨터인터넷이라는 개념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때문에 보다 발전한 컨텐츠를 전과 다른 속도와 범위에 걸쳐 공유하는 대중문화의 보급은 현 1020 세대의 손에서 그 힘이 증폭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점심시간이 끝난 자투리 쉬는 시간, 교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원더걸스텔 미빅뱅거짓말을 따라 부르던 풍경이 이젠 스타벅스 테이크 아웃 커피를 홀짝이며 페이스북을 켜고 최신 뮤직 비디오를 재생하는 모바일 폰으로 옮겨졌다는 점이라고 할까. ‘손 안의 문화’, 대중문화는 더 이상 소위 메이저의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나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대중이라는 부처 손 위의 손오공이 되었다.

옛말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던가. 예쁜 소품을 흔들며 깜찍한 춤을 추는 걸그룹들과 소녀보다 더 예쁜 보이그룹들의 달디 단 음악과 무대가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질 때 즈음,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미끄러지듯, 미꾸라지처럼 가요계아이돌의 세계에 요동을 치며 등장한 그룹 빅뱅그 선두를 이끄는 마차에는 리더 ‘G-dragon’이 있었다. 남다른 패션 감각, 음악성, 퍼포먼스로 그들은 단숨에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고, 대중에게 생소했던 힙합 장르를 주류 문화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10대들에게는 다소 오래되었다고 느껴질 법한 10년차 아이돌인 빅뱅은 여전히한 아이돌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 빅뱅의 영향력이 가히 놀라운 가운데 리더 G-dragon의 대중문화에서의 위상은 단연 돋보인다.

미술이라면 지레 겁먹고 내빼기 마련인 미적으로 둔하다고 자부하는 청소년들도 한 번쯤은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해볼 만한 토픽이다. 어찌 보면 전 연령층을 가장 유하게 아우르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G-dragon, 음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대중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 그 이름도 몽환적이다. G-dragon의 영감의 세계를 현대미술 아티스트 14팀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이루어낸 이 전시는 서울 시립미술관 전시실 2, 3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시 작업은 실제 G-dragon이 음악 작업 및 뮤직 비디오에서 사용한 소품, 의상, 설치물 등을 다양한 창조와 변형을 가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눈에 익은 전시물을 관람하고 그 의미에 대한 깊은 설명을 얻을 수 있다는 색다름이 돋보인다. 더욱 반가운 것은 지드래곤이 직접 자신의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녹음한 아이팟을 들으며 관람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아티스트가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직접 해석해 주는 서비스라니, 그 어떤 것보다 대중문화의 아이콘다운 발상이다. 설치 미술이라는 전시 특성에서, 단순 유화로만 이루어진 미술전시보다 흥미도와 접근성이 젊은 연령층에게 좋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포문을 열 때부터 세간의 이슈가 된 이 전시에 대해, 문화 평론가들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유명 인기스타를 앞세운 돈벌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극명한 두 평가 중 무엇이 본질에 더 가까울지는 넌센스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현대미술과의 조화를 꾀한 프로젝트인 만큼 중요한 것은 대중의 반응일진대, 그들의 반응이 모두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Peace’라는 공간에서 무엇인가 모를 한 가지가 빠진 세계. G-dragon이 말하는 그의 내면의 세계에 대한 묘사는,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가로지르는 젊은이들에게 왠지 모를 동감의 두근거림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결핍의 느낌을 가장 선명하게 느끼는 시기. 젊음의 정 가운데 가장 빛나고도 어두울 시기의 학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내면으로의 자극이 될 것이다.

수완뉴스 권수희 칼럼니스트 (soohee90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