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제도권 청소년,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5. 제빵사 ‘황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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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뉴스=혜욤) 비(非)제도권 청소년 혹은 학교밖청소년이라 불리우는 청소년은 전국에서 매해 7만여 명, 서울에서만 1만 7천 명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도권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데는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이 이야기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패배자’, ‘낙오자’, ‘문제아’ 등의 낙인부터 찍습니다. 비(非)제도권 청소년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혜욤에서는 이들에 대한 시선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밖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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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을 만드는 소녀, 황지희 (사진 촬영 : 박배민)]

●본 인터뷰는 15년 11월 29일에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안녕하세요. 지희 씨. 수완뉴스 독자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 한번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자퇴한 황지희, 19살이고요. 제빵사입니다.

 

빵 관련 일을 하신다고 사전에 알려주셨는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원래도 손쓰는 걸 좋아했었는데, 서점에서 만들기 책 같은걸 보다가 빵 관련 책을 보고 푹 빠져버려서 거의 12살때부터 이쪽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어요.

 

많이 긴장하신 것 같은데, 더 앞으로 가서 자퇴 얘기부터 해볼까요?

제가 고등학교를 특성화 고등학교로 갔는데, 거기도 조리과가 있었어요. 혼자 하거나 학원에서 하는 것보다 조리과에서 배우는 게 좀 더 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갔는데,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또 제가 입학할때 성적이 안되어서 자격증 특별전형으로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초반부터 선생님들께 눈도장을 찍혔는데 그게 좋은 의미도 있었지만 나쁜 의미도 많았어요. 그냥 저를 이용해서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딱히 특별대우를 바란 건 아니었는데, 저를 완전히 보조 교사로 쓰려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참다 참다 못 참아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하게 되었어요.

 

자퇴한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1년 넘었죠. 1년 반 정도? (15년 11월 기준)

 

그럼 선생님들과의 관계 때문에 자퇴하게 된 건가요?

선생님들과의 관계 때문이라기보다는 굳이 ‘이 학교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자퇴하게 되었어요.)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수준이 떨어졌나요?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수준도 떨어졌고, 다른 학생들 보조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실습 시간에는 설거지 같은 거나 재료준비 같은 그런 것만 시키고…

 

원래 준비를 학생들이 다 같이 하는 건가요?

준비는 보통 과 부장들이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수업시간 때는 다 같이 하는 건데 그때 저는 (혼자) 빠져서 선생님 보조하거나 설거지 하거나 그런 식으로 (했어요.)

 

선생님들이 지희 씨를 지목한 건가요?

네.

 

한 분의 선생님이? 아니면 여러 선생님이 그러셨나요?

1학년 때는 아니었고 2학년 때 제과 제빵을 가르치셨던 선생님 한 분이 그러셨었죠

 

제과제빵만 하는 과가 아니었군요?

네. 학년별로 1학년 때는 한식만 배우고, 2학년 때는 양식이랑 제과제빵을 배우고 3학년 때는 일식과 중식을 배워요.

 

그러면 1학년 때는 제과제빵이 아예 없었네요?

네. 1학년 때는 (대신에) 카페디저트창업 동아리에 들어서 활동을 하면서 커피도 만들고 디저트도 만들고 그렇게만 했어요.

 

그럼 2학년 올라와서 문제가 된 거네요?

1학년 때는 어차피 (제과제빵) 과목 자체가 없으니까 애들도 도와주고 선생님도 도와드리고 그런 식으로 보냈는데, 2학년 때는 과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학년 때랑 똑같으니까 (문제가 되었죠.)

 

그러면 수업에 참가를 못 했어요?

참가는 했는데 거의 뒤편에서..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예요?

제가 그 학교에 들어갔을 때 조리과가 1기였어요. 그래서 선생님들도 다 처음이시고 그래서 딱히 누가 어떻게 해도 제제를 가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것에 대해서 제가 이의를 제기해도 돌아오는 말은 ‘너를 특별대우 해줄 수 없다’는 말 밖에 안하시니까…

 

‘특별대우’라는 말이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지희 씨한테 일 시키고 그런 건 오히려 안 좋은 대우 아닌가요?

그 과 선생님이 저를 되게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학생들을 도와주면 네가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될 거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제가 그래서 다른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그 선생님이 ‘너를 특별대우 해줄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냥 그 상황을 잘 모르시고 (하신 말씀 같아요.) 저는 그냥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게만 해 주시던가, 아니면 자격증 있는 학생들끼리 모아서 따로 수업을 해 주시던가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그게 특별대우 해달라는 것처럼 들렸나 봐요.

 

자격증 있는 친구들이 (지희 씨 말고도) 몇 명 더 있었어요?

특별전형으로 입학 한 학생은 저를 포함해서 2명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저처럼 시키는 데로 다 하지는 않았어요.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제과제빵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지희 씨를 오히려 좋아하셨다고요?

네. 그냥 그 선생님의 애정표현이 그런 식이었던 거죠.

 

동아리 선생님도 그 선생님이셨고, 과 선생님도 그 선생님이셨거든요.

제가 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커피 자격증도 따두었는데, 그것 때문에 1학년 때부터 동아리에서 1, 2, 3학년을 다 가르치게 되는, 그런 상황까지도 갔었어요.

 

커피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요?

네. 1학년 때도 그렇게 했으니까 2학년 때도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왜 선생님들이 수업을 안 하고 학생이 하는 거예요?

그냥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저도 잘 이해가 안가네요.

 

학생으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부당한 대우 때문에 자퇴를 하게 된 거잖아요. 자퇴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어요.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불편해서 나중에 말씀드리고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처음 말씀을 드렸었는데, 선생님은 제가 이미 2학년 1학기 개학 하자마자 제 상태가 안 좋았대요. 자퇴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그래도 졸업장은 따고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저는 하겠다고 하고 나왔죠.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 반응이셨어요?

제과제빵 담당하던 선생님은 저를 붙잡고 우셨어요. 왜 그러냐고 그러시면서 그래도 좋은 아이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힘들었냐고 말씀하시길래 제가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다른 학생들만 가르치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 싫었다고 그랬더니 이렇게 이기적인 애인지 몰랐다고 잘못된 길로 빠지지 말라고 (그러셨어요.)

 

그 말 들었을 때 어땠어요?

그냥 그 선생님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어서 그냥 ‘아 그러시구나’ (했어요.)

 

화가 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 때는 별로 화가 안 났어요. 이미 그 전에 너무 힘들어서 그 말을 들었을 땐 이미 해탈을 한 상태라서… 거의 일 년 반을 그렇게 대우를 받고 있던 상태니까.

 

선생님이 시킨다고 해서 그걸 다 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그 때는 선생님들한테 잘 보이면 나중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그 선생님이 취업 관련 쪽으로 일하시던 분이라… 제가 좋은 소문이 나기도 했었어요. ‘지희가 일을 잘한다.’ 뭐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었는데, 결국은 못 버티고 나갔죠.

 

그 선생님이 취업을 담당하던 분이라 기분대로 행동하기도 힘들었겠네요. 지희 씨는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고.

네. 그리고 학교 자체가 취업하는 학생만 도와주는 것도 있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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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음이 많은 지희 양. (사진 촬영 : 박배민)]

 

 

 

자퇴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엄마는 알아서 하라고 하셨고, 아버지가 반대를 하셔서 아버지 설득하느라 많이 힘들었죠.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어요?

네 아버지는 많이 반대하셨어요. 오빠도 자퇴를 해서 무슨 집안 내력이냐고 (그러셨어요.)

 

오빠랑은 몇 살 터울이에요?

두 살 터울이요.

 

오빠도 고등학교를 자퇴한 거예요?

네 오빠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어요.

 

지희 씨랑 비슷한 이유로?

저랑은 다른 이유였죠. 오빠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고 그런 거였어요.

 

그렇군요. 지희 씨 자퇴는 아버지가 얼마나 많이 반대 하셨어요?

제 이야기를 잘 안 들으시려고 하셨죠. 계속 자리를 피하시려고 하셨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다.’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그냥 아예 글로 써서 드렸어요. 그걸 읽으시고) 나중에 학교로 오셔서 학교 선생님이랑 몇 번 말씀 나누시더니 (자퇴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어떤 선생님과 얘기 하셨어요?

저희 담임선생님이요.

 

아까 그 선생님과 사이가 안 좋다고 했잖아요.

네. 제가 유독 그 선생님을 불편해하긴 했었지만 그 분이 말 자체를 좀 상대방이 화가 나게끔 말하시는 분이셨어요. 그때 아버지도 선생님이랑 말씀 나누시고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막말하긴 싫은데 선생님 하실 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를 설득했던 기간이 어느 정도였어요?

일주일 정도요.

 

많이 길지는 않았네요.

네. 아버지가 딸들을 좋아하셔서요. (웃음)

 

가족 관계가 어떻게 돼요?

제 위에 오빠가 있고, 여동생 있고, 엄마, 아버지(가 계세요.)

 

아까 편지를 썼다고 했잖아요. 그 편지가 아버지께 통했나요?

네. 아무래도 제가 막 감정에 북받쳐서 이야기를 하면 결국 감정싸움 밖에 안 되니까 (제 생각을) 딱 적어서 드리니까 나름 도움은 되었어요.

 

(편지를 본) 아버지의 반응은 어땠어요?

정 그러면 한번 가서 (선생님한테) 말 해보자고 (하셨어요.)

 

그 편지 때문에 (아버지가) 학교에 가시게 된 거예요?

네. 그 전까지는 (학교에 가실) 생각도 없으셨는데 (가시게 되었어요.)

 

집안에서 자퇴에 대해 반대가 있긴 했지만, 엄청 큰 반대는 아니었네요?

네. 원래도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많이 존중해 주셨거든요

 

많이 존중 받는 편이었군요.

네. 원래도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이미 그 쪽으로는 진작 포기하신 것 같아요.

 

자퇴 선배인 오빠는 (자퇴할 때) 어떤 반응 이였어요?

학교를 나왔으니까 여기 저기 많이 돌아다니라고, 한 곳에 있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이 없으니까 돌아다니는 게 가장 좋다고 (했어요.)

 

자퇴 하고 바로 다음날 뭐 했어요?

저는 숙려제(학업을 중단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는 경우 학교에서는 전문상담기관의 상담이나 진로 탐색 프로그램 등을 안내하거나 제공하여 학업 중단에 대하여 숙려할 기회를 주는 제도) 할 때부터 학교를 안 갔어요. 자퇴를 하겠다고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다음부터 드문드문하게 학교를 갔어요. 그랬더니 담임선생님이 저 때문에 이번 달 학급 개근상을 못 탄다고 뭐라 하셨어요. 학생이 자퇴를 하겠다는데 그건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 같았죠. 그 다음날엔 빨리 오라고 하셔서 그 다음날부터 아예 학교를 안 갔어요.

 

반 전체가 다 나와야 개근상을 타는 그런 게 있었어요?

네. 그냥 뭐 생활기록부에 하나라도 쓰려고 하는 건 알겠는데, 그걸 받는다고 해서 진학이나 취업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거였죠.

 

학교는 어땠어요?

중학교 때보다 못한 느낌이었어요. 학생들이 너무 자기들 생각만 하고 점수가 없으면 딱히 일하려고 하지도 않고.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땠나요?

그냥 녹아드는 정도였어요. 그렇게 특별히 친한 친구는 없고 그 분위기에만 있는 듯 없는 듯 있는 정도?

 

지금도 고등학교 친구 중에 연락하는 사람 있어요?

한 명 있어요. 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땐 별로 안 친했는데, 자퇴를 한 다음에 친해진 친구거든요. 고등학교 때 친구 중엔 친한 친구가 없는데, 같은 중학교를 나와서 같은 고등학교에 간 친구가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를 보려고 학교에 갔었는데, 그 때마다 걔도 같이 보였어요. 그래서 간간히 인사하고 얘기도 하다보니까 말이 통해서 그 다음부터 친해졌어요.

 

지금도 만나요?

네 지금도 만나요.

 

그 친구도 제과제빵을 해요?

네. 그 친구는 지금 강남 쪽에서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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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겨울, 지희 양은 1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 촬영 : 박배민)]

 

 

 

숙려제는 어땠어요?

상담도 하고, 무슨 체험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거 하면 숙려제 반을 빼주시겠다고 하셔서 그 때 그거 했어요.

 

숙려제는 어디서 했어요?

인천에 석바위시장 쪽에 ‘두드림 해밀(2015년 여름부터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란 이름으로 통합)’이라는 곳에서 했어요.

 

(숙려제)선생님은 어땠어요?

괜찮은 분이셨어요.

 

자퇴하고 나서는 뭘 하려고 했어요?

제과제빵 학원 다닐 때 만났던 선생님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그게 맘처럼 바로 가지지도 않고 해서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도와 드렸어요.

 

학원에 도와주러 간 거예요?

학원에서도 도와드리고, 선생님께서 재활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도 하셨는데 거기서도 일을 도와드렸어요.

 

돈을 받고 한 거예요?

아니요. 딱히 받지는 않고, 같이 점심 먹는 정도였어요. 자주 간 것도 아니고 그 선생님이랑 워낙 오래 본 사이라서 그냥 경험이었어요.

 

본격적으로 (제과제빵) 일을 하게 된 건 언제예요?

자퇴를 작년 7월(14년)에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작년 11월(14년)이에요.

 

3개월 정도는 쉬었네요?

네 거의. 한 달은 아예 쉬고, 나머지 두 달은 알바를 했었죠. 한 달 동안 쉴 때는 거의 정신줄을 놓고 있었어요. 제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없고, 자다 일어나면 오후 1시고.

 

계획이 이루어진 게 없다고 했는데, 어떤 걸 계획 했었어요?

선생님 보조로 일을 계속 나가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는 그렇게 계속 (제가) 필요한 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절 부르시는 것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가 다니까… 공부도 좀 하려고 영어 학원을 다녔었는데, 그 때만 잠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놀고 있으니까 계획대로 된 건 아니었죠.

 

3개월 동안 심적으로 힘들진 않았어요?

그 3개월 동안은 엄청 우울했어요. 내가 왜 (학교를) 나온 건가 싶기도 하고, 제과제빵 쪽이 워낙 직장으로 구하기도 힘든 데다 어린 학생들은 잘 안 뽑아서.. 그 때 뭐라도 하려고 운동을 다녔었는데 그거라도 한 게 엄청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집에 혼자 있었어요?

네. 방문 닫고 핸드폰만 했어요. 부모님은 일 나가시고 동생도 나가고… 또 괜히 동생이 집에 친구 데리고 오면 괜히 화내고 그랬어요.

 

동생이랑은 몇 살 터울이에요?

다섯 살이요. 중학생인데 생일이 빨라서 2학년이에요.

 

힘든 3개월을 어떻게 이겨냈어요?

운동하고, 알바하고 그냥… ‘내가 살아만 있구나’ 하는 식으로 보냈어요.

 

첫 직장에는 어떻게 취직하게 되었어요?

그곳이 조금 큰 곳이었는데, 1년에 한 번씩 학습근로자를 뽑았어요. 그래서 아예 만 18세 학생들 위주로 뽑았었는데, 솔직히 제가 작년에는 만 17세였잖아요. 나이가 안 되는 건 알았는데, 그래도 한번 넣어보자는 취지로 (서류를) 넣었어요. 최대한 이것 저것 꾸며서 넣으려고 카페 알바 하던 곳 매니저님께 자기소개서 좀 꾸며달라고 부탁해서 넣었는데 붙은 거예요. 자격증이 있다고 말했던 게 도움이 컸던 건지, 그 때 붙어서 11월 때부터 일을 시작했죠.

 

일하는 건 어땠어요?

다른 곳은 그냥 일반 빵집처럼 빵집 옆에 공장이 있고 아니면 빵집 안에 사람들이 바로 볼 수 있게 윈도우 베이커리로 되어 있는데, 제가 간 곳은 공장이 좀 커서 다른 곳에서 (많이) 못 만드는 걸 만들어서 보내는 곳이었어요. 그러니까 케잌을 만들 때 생크림을 샌드하고 데코해서 만들잖아요. 그게 아이싱인데, (그 공장에서는) 그 전인 상품을 보내는 거예요. 기본적인 빵만 보내거나 공정이 간단해서 대량으로 뽑을 수 있는 그런 상품들을 주로 만들었죠

 

직원이 몇 명이었어요?

그 곳이 쿠키실, 케잌실, 빵실 다 나눠져 있었는데 제가 일했던 쿠키실에만 20명이 있었어요. 또, 그 실마다 과장님 차장님 다 계시고 부장님도 계시고…

 

그런 곳에서 일하려면 힘들지 않아요?

초반에는 저희가 아무래도 직원이 아닌 학습근로자다 보니까 오빠들이나 거기서 같이 일하던 이모님들도 그냥 간단한 일만 시키고 퇴근시간 되면 가라고 (하셨어요.)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이렇게 해봤자 일이 늘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일부러 사람들이랑 친해지려고 야근을 한다고 했어요. 근데 그 때가 크리스마스 전 달이라 기본 11시, 12시에 끝나던 때였거든요. 제가 그 때까지 남아있으니까 그제야 다 같이 두루두루 친해지고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하니까 제대로 된 일을 주던가요?

네. 아무래도 좀 하려는 게 보이고 그러니까 학습근로자한테는 잘 안시키고 직원들만 하는 일 그런것도 많이 시켜주셨어요

 

그러고 나서는 어떤 일을 했어요?

저는 보통 롤케잌 만드는 일이랑, 오빠들 보조랑, 파이 잘라서 만드는 일을 했어요. 이것 저것 많이 했어요.

 

제과제빵을 업으로 하는 것과, 학원에서 배우는 것의 차이가 많이 있었나요?

차이가 엄청 심해요. 학원에서는 책이나 선생님이 적어주시는 레시피가 있어서 그것에 맞춰서 그대로 하면 되지만 진짜 ‘업’으로 삼으면 이걸 다 느낌으로 알아야 해요. 보고 알아야 하고, 만져서 알아야 하고… 몸으로 느끼는 게 중요해서… 또 워낙에 세세한 공정 같은 건 빼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뺐던 공정을 넣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거의 정반대라고 봐야 해요.

 

적응하는 게 힘들었겠어요.

네 그래서 약간 정신없었죠. 그래도 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니까.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무래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거기서 언제까지 일했어요?

거기선 두 달밖에 일 못했어요. 나오기 직전에 약간의 트러블도 있었고… 아무래도 너무 친해지다 보니까 트러블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12월이 되니까 검정고시를 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돼서… 제가 일하던 곳이 성남인데, 검정고시를 성남에서 일하면서 준비하기에는 (힘들 것 같았어요.)

 

집이 인천 쪽이었죠?

네. 성남에서 일할 땐 기숙사에서 생활했어요.

 

일을 하는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네. 일을 하는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근데 제가 나온 다음에 그곳에 일적으로 문제가 생기긴 했어요. 제가 검정고시를 보고 다시 그 직장에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던 분들이 다들 그만두신다고 하셔서 돌아가진 않았어요.

 

이건 진짜 말하고 싶은 건데, 학생들이 빵 쪽에 꿈을 갖고 하려고 하는데, 진짜 환상을 깨야 해요. 멋있는 직업도 아니고, 오히려 빵쪽 업계가 워낙 작아서 비리도 많고, 더럽기도 엄청 더럽고, 업계가 작으니까 소문도 잘나요.

 

보통 빵집이 근로계약서를 써주면 진짜 좋은 곳이에요. 원래는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건데, 안 해주는 곳이 거의 80프로 정도 돼요. 4대 보험도 잘 안 해줘요. 차라리 프랜차이즈 쪽이 나아요. 사람들이 파리XXX에 가면 못 나오는 이유가 그거예요. 대우도 좋고, 보수도 좋아서… 하지만 그런 점들이 있어도 일을 배우기에는 일반 빵집이 좋아요…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첫 직장에서 나왔던 때가 12월(14년)이에요?

네. 12월 다 끝나갈 쯤 크리스마스 넘기고 나왔어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겪고 나왔으니까 좋은 거죠. 빵 일 하면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보는 게 ‘크리스마스를 겪었는지‘예요. 크리스마스 때가 워낙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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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지희 양은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사진 촬영 : 박배민)

 

 

 

올해(15년)는 어떻게 지냈어요?

올해는 2월 달에 잠깐 검정고시 학원을 다녔었어요. 근데 저는 어차피 졸업증만 따면 되니까 굳이 학원을 안 다녀도 충분히 딸 수 있을 것 같아서 원래 두달 과정을 끊었던 걸 한 달하고 생각이 바뀌어서 남은 달은 안나가고 안 나간 학원비를 엄마한테 드렸어요.

 

검정고시 봤어요?

네. 검정고시 합격하고. 근데 검정고시 보기 전 3월 달에 이미 일을 구했었어요. 그래서 3월부터 8월(15년)까지 일했죠.

 

8월까지 일하고, 지금은 쉬고 있는 거예요?

지금은 일주일 정도 쉬고 있어요.

 

두 번째 직장에서는 많이 못 하고 금방 나왔네요?

네. 거기가 제가 말했던 더러운 곳이에요. (위생적으로) 엄청 더러워요. 참다 참다 나왔어요. 일하면서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많이 더러웠죠.

 

그 곳도 큰 곳이에요?

아니요. 거기는 일반 개인 빵집이에요. 그곳이 오픈 베이커리가 아니라 공장이 따로 있는 곳이라서, 손님들은 이곳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못 보잖아요. 그래서 진짜 겁나 더러웠어요. 위생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못 버티겠더라고요)

 

그런 곳에서 일이 가능해요?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남자들은 잘 참더라고요. 여자들은 못 참는데 거기 일하던 분들이 다 남자였는데, 다 잘 참고 저보고 ‘다른 데 가면 여기보다 더 더러운 곳 많다’ 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여태 일을 3곳에서 해 봤는데, 아직까지 이곳만큼 더러운 곳을 못 봤어요.

 

봄, 가을, 겨울에는 좀 괜찮아요. 근데 여름에는 음식도 잘 썩고 하니까 빵도 잘 상해요. 바퀴벌레들이 밀가루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오면 문 열자마자 바퀴벌레 한 두 마리씩 보이고.. 제가 반죽을 쳤었는데, 반죽 통을 열면 안에 바퀴벌레 있고, 버터에 빠져있고 그래서 진짜 보다 못해 나왔어요. 그 동네가 주택가였는데, 다 애들이 먹는 거잖아요. 그 생각을 하니까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사장님도 그런 사실을 알아요?

부장님이 쉬쉬 하시죠. 제가 직접 사장님께 말씀 드렸는데, 그랬다가(사장님한테 얘기했다가) 부장님께 혼났죠. 왜 논의 없이 사장님께 바로 말씀 드리냐고. 그런데 뭐 이미 아시는 분인데도 신경을 안 쓰시는데… 사장님께서도 약 뿌리는 업체를 한 번 더 부를 테니까 그냥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근데 약만 뿌리고 그냥 가니까.. 결국은 (있던) 바퀴벌레들이 죽고, 도망갔던 애들은 다시 나와요. 그러면 진짜 어마무시하게 많아요. 못 걸어 다닐 만큼.

 

첫 번째 직장에서는 위생 관리를 어떻게 했었어요?

거기는 워낙 엄청 깨끗했어요. 들어가는 문이랑 나오는 문이 달랐어요. 들어가는 문에서 아예 소독을 하고 들어갔어요. 그게 제가 시작이 안 좋았던 거죠. 빵 일을 시작하려면 작은 곳에 있다가 큰 곳으로 가야 하는데, 큰 곳에 있다가 작은 곳으로 오니까 눈이 높아져서 당연히 (첫 직장만큼) 깨끗할 줄 알았는데 완전 최악이니까.

 

이번에 새로 구한 곳은 어디에요?

거기는 생긴 지도 얼마 안 돼서 깨끗할 것 같아요.

 

거기는 어떻게 구했어요?

거기는 사람X에서 이력서 넣어서… (구했어요)

 

그런 건 어디서 찾아요?

아예 파티쉐만 구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긴 한데, 그런 사이트는 저 같이 경력 없는 사람들은 힘들어요. 그냥 잡코리X나 알바XX 같은 곳에서 찾아요.

 

이제 경력이 1년 넘어가는데, 슬럼프가 왔던 적은 없나요?

이번에 왔어요. 제가 일을 11월부터 12월까지(14년) 한 번 했었고, 3월부터 8월까지(15년) 한 번 했었고, 또 9월부터 11월까지(15년) 있었어요. 근데 9월부터 11월까지는 되게 좋았어요. 사장님은 안 좋았지만 직원들은 되게 좋았는데, 경영악화로 문을 닫게 되어서 나올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사장님께서 가게가 망하기 이틀 전에 알려줬어요. 인건비도 아까워 하시던 분이라 직원들은 끝까지 부려먹고.

 

이번엔 오래된 빵집에 사람을 구하길래 갔었어요. 수요일, 목요일 일을 했었는데 거기가 인격 모독이 심했어요. 사람을 되게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했어요. 처음 출근 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뽑아도 너보다는 나을 거다.’ 라는 얘기도 하고, ‘빵 되게 허투루 배웠구나.’ 라고도 하고, 막 제가 소심해서 인사를 먼저 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목소리가 작아서 인사를 해도 못 들으시는 경우가 대다수라 눈이 안 마주치면 인사를 잘 안하거든요. 그래서 첫날부터 찍힌 거예요. 그랬더니 ‘인성이 못 되먹었다.’ , ‘너희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니?’ 라는 식으로도 얘기해서… 겨우 겨우 참고 둘째 날 나갔는데 ‘빵 시장 통에서 배웠냐.’고 하셔서 못한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나왔어요. 그리고 그날 하루 종일 ‘내가 너무 빵을 쉽게 하려고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만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마음이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주에 출근하는 곳에서도 만약에 제가 힘들고 그러면 잠깐의 생각을 가져볼까 생각 중이에요. 제가 시작은 남들보다 빨랐을 지 모르지만 제가 원한 게 아니더라도 일을 자주 옮겨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아직은 어려서 일하면서 듣는 말에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고요. 솔직히 일을 자주 옮기지 말고 한 곳에서 1년이라도 채웠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과제빵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 8년 동안 슬럼프는 처음이에요?

공부가 필요하다는 건 예전에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빵 쪽이 식품학이랑 영양학에 관련이 많아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돼요. 근데 아직은 굳이 그 정도까지 파고 들고 싶지 않아서 일만 배우면서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친화력도 길러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좀 강한 마음은 못 가졌으니까요.

 

너무 일에만 매달린 거 아니에요?

그런 말을 자주 듣긴 해요. 알바를 16살 때 처음 했었는데, 그 때 이후로는 3개월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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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일을 3개월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사진 촬영 : 박배민)]

 

 

 

 

왜 그렇게 일에 매진해요?

돈 문제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워낙 손 벌리는 걸 싫어해서 혼자 해결하려고 하다보니까.

 

집안 경제사정이 힘든 편이에요?

힘들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자신의 것을 혼자 짊어지는 게 맞지만, 준비 단계도 없이 혼자 과한 짐을 짊어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을 자주 듣긴 해요. 이번에도 이틀 전에 갔던 직장에서 나오고, 그 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보고 ‘나는 19살에 컴퓨터하고 게임하고 놀았는데, 너는 왜 그러냐.’ 그런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그 정도로 막 놀진 않아도, 적당한 여유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필요하긴 한데, 왠지 아직은 못 멈추겠어요.

 

지희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진짜 가정환경이 안 좋지 않은 이상 일을 빨리 시작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한 번 잡으면 놓지를 못해서. 그냥 쉬엄쉬엄 하는 거면 괜찮은데.

 

인터뷰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빵쪽 일을 하시려거든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전 이 쪽 일이 꽤 잘 맞아요. 힘들어도 잘 참아볼게요.

 

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