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꽃게 모형 제작 과정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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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뉴스]안녕하세요? 칼럼니스트 조윤서입니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감각의 인지 과정을 계발시킬 수 있는 소재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알고 싶었어요. 제가 오사카에 갔을 때,’도톰보리’에는 유난히 꽃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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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도톰보리 부근 ‘가니도락’ 꽃게 음식점, 조윤서)

그 중 대표적으로 ‘가니도락’ 꽃게 음식점은 흰색 간판에 빨간색의 자연산 꽃게 형태를 올려놓아 신선하다는 느낌이 눈에 확 들어왔고 꽃게 요리에 자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때 순간적으로 스친 생각은 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의 대가 ‘베르메르(Vermeer, Jan/1632~1675)’의 작품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박우찬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쓴 그의 저서 ‘미술, 과학을 탐하다’(소울출판사, 2012)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베르메르의 대표작으로 입을 살짝 벌린 소녀가 마치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려는 듯합니다. 눈물 고인 그녀의 영롱하고 촉촉한 눈은 보는 사람을 빠져들게 합니다. 그녀의 귀에 걸린 커다란 눈물 형태의 진주귀걸이가 눈길을 끄는데, 진주는 결혼 전의 순결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녀의 눈물은 아마 결혼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거나 결혼 전의 심리적 동요의 표현일 것입니다.

보는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놀라운 이 그림의 비밀을 카라바조가 발명한 ‘카이로스큐로(Chiroscuro)’라는 명암법에 있었습니다. 카이로스큐로는 프랑스어의 ‘clair-obscur’로써 영어로는 ‘clear(밝고)―obscure(어두운)’이란 뜻인데, 카이로스큐로란 그림에서 물체의 입체감을 강조하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카이로스큐로는 단순히 물체의 밝고 어두움만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카이로스큐로를 연구한다는 것은 빛의 다양한 현상들 즉, 빛의 방사, 흡수, 반사, 그림자, 역광 등을 연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리는 단순했지만 카이로스큐로의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카이로스큐로는 질감과 촉감, 부피, 나아가 정신, 심리 등의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17~18세기의 서양의 박진감 넘치는 사실적인 미술은 전적으로 카라바조가 발명한 카이로스큐로라 불리는 과학적인 명암법 덕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방법을 꽃게 색깔을 표현하는데 적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많은 다리와 뾰족한 집게다리를 가진 자연산 꽃게의 특징을 간결한 형태의 꽃게 이미지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다는 호기심이 발동했고요. 그래서 조형적으로 꽃게 모양의 헤드론 모형을 만들어 보았죠. 함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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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음식점의 간판을 봤을 때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영감을 떠올리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꽃게에 대한 조형물을 만들 때면 빨간 꽃게를 인지하기 때문에 빨간색만 사용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입체로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그래서 꽃게의 하얀 다리 살마저도 카이로스큐로 명암법에 의거하여 빨간색과 하얀색의 명암 등 세부적으로 다양한 효과를 조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창의력이 훨씬 향상될 것입니다.

 

조윤서 칼럼니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