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인코그니토>는 총 3개의 큰 이야기로 진행된다. 3가지 이야기 조각들은 서로 교차하며 진행되고 처음에는 무질서하게 나열한 듯 보여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점차 작품이 진행될수록 이 조각들이 하나의 완벽한 퍼즐로 맞춰지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직감하게 되고, 빠른 속도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뇌는 약호화 – 저장- 인출의 3단계를 따라 기억을 진행한다고 한다. ‘기억’은 뇌에 정보를 저장하고 유지하고 다시 불러내는 기능을 의미하는데, 우리의 신체 기능처럼 연극 <인코그니토> 또한 약호화 11개 장면, 저장 9개 장면, 인출 11개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객들은 총 31개의 장면을 위의 3단계를 거치며 3개의 큰 조각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 마법 같다고도 느껴지는 사건을 연극 <인코그니토>를 보고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다. <인코그니토>는 이야기를 통해 실제로 우리의 뇌가 자연스럽게 잘 기능해주고 있는 점을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연극 <인코그니토>는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기억’이라는 것은 신기하고도 안타까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기억이 있기도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기억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뜻대로 되지 않고 그래서 기억은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렇게 연극 <인코그니토>는 나에게 기억의 신비함을 일깨워 주었다.

 

기억의 특성도 내용의 일부분으로 느껴 얻어낸 메시지이지만, 간단하고 일차원적으로 작품을 바라본다면 근본적으로는 ‘뇌’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큰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천재적인 특별한 ‘뇌’를 둘러싼 그들, 그리고 기억에 머무르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가 느낀 기억의 의미처럼 각자에게 기억의 의미는 너무나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 나만의 ‘기억’의 의미,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기억 속 저편에 자리 잡고 있던 과거의 흔적을 꺼내볼 수 있게 한 연극 <인코그니토> 이었다.

 

여민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