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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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테러방지법에 대해 온 나라의 관심이 쏠려있을 때,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의 처리를 무산시키고 독소조항이 삭제된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야당이 시작한 것이다. 뉴스 보도에서 멱살잡이식 공론만을 일삼는 의원들의 모습만 보던 국민들에게는 이번 필리버스터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의 필리버스터와는 달리 안건과 관련 있는 발언만 허용하는 국내법에 따라 각 국회의원들의 논리적 반박과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의 영향력은 온라인 국회 방송과 SNS를 거치면서 더욱 극대화 되었다. 현재 방송 중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패러디한 ‘마이 국회 텔레비전’이 탄생한 것이다.

‘마이 국회 텔레비전’이 알려준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젊은 층의 탈정치화 현상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보의 폭증, 오락성 정보의 증가, 정보 격차의 심화, 통신 기술을 이용한 감시와 통제의 강화 등을 젊은 층의 탈정치화의 근본적 이유라고 분석해왔다. 그러나 20대의 투표율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논리적 주장과 반박을 펼치는 필리버스터를 보기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도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두 번째로, 필리버스터를 생중계하고 여론을 형성한 미디어의 역할 또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에는 ‘시민이 직접 목소리를 전한다’는 ‘시민 저널리즘’과 ‘온라인 상에서 행해지는 여론 형성 과정’을 일컫는 ‘소셜 저널리즘’의 괴리가 존재했다면,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그 둘이 합쳐져 ‘네트워크 저널리즘’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무제한 토론을 오래도록 강행하는 의원들은 트위터 등에 올라오는 시민들의 의견을 국회에서 읽어 속기록에 남겼고, 국민들은 이에 뜨겁게 반응했다. 정부와 국민의 소통의 부재가 시원히 해결된 것이다.

전통적 저널리즘의 대명사인 ‘종이 신문’도 미디어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20대 30대가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것은 단지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간주했으나 ‘마이 국회 텔레비전’에서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온라인 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 정보전달매체에 대한 주목은 미약하기만 하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인지하지 못하고 전통적 방식만을 고수하려는 현 대한민국 언론사의 문제점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정보화 시대에 발 맞춰 SNS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젊은 층을 흡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nstagram과 Snapchat은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여 유포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Instant article을, 애플은 apple news app을, 구글은 Fast mobile face를 개발했으며 트위터도 moments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슈가 되는 뉴스를 모아서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미래의 정치 세력은 지금 온라인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젊은 층이 될 것이다. 많은 뉴스의 양과 정보를 빠르게 이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 밀레니얼 세대들은 지금까지 전통 저널리즘에 의해 소외되어 왔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젠 언론사들이 ‘마이 국회 텔레비전’의 영향력과 그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정보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