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과 <시크릿>은 전 세계에 붐을 일으킨 자기계발서이자 베스트셀러다. 갖고 싶은 목걸이가 있으면 그 목걸이를 목에 거는 상상을 끊임없이 하라는 주제를 서술한 이 책들은 긍정적인 사고가 우리 삶을 얼마나 좌우하는지에 대해 논한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절망적이더라도 장밋빛 미래를 맹목적으로 꿈꾼다면 긍정이 끌어당긴 명예와 부 모두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이 주장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욕망의 풍선을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렸다.

 

그리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닥쳐왔다.

 

세계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무분별한 낙관론이 지목되었다. 기업들은 마치 이데올로기와 같은 ‘낙관주의’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면서,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만이 상부에 보고되었다. 강사를 초청하여 사원들에게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해고된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하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기업이 노출하는 긍정적인 결과만을 수용하여 보도했다. 점점 커져가는 경제 거품들이 긍정적 보도 아래 감춰져 버렸고, 경고는 무시되었다. 결국 터져버린 미국발 경제위기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전 세계를 강타했다.

 

무분별한 긍정 속에서 안주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낙관의 독이다. 이러한 낙관의 독에 빠진 자는 비단 개인뿐만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전체다. 기회와 상향 이동 가능성에 관한 강한 믿음, 주가와 집값의 지속적인 상승에 대한 믿음, 전쟁도 재난도 ‘절대’ 일어나지 않아 안전할 것이라는 이 모든 막연한 믿음. 기만은 행복을 꾸며내지만 잠시일 뿐, 결국 사회는 사회 계층의 양극화, 거품 경제와 금융 위기, 북한의 핵 도발이라는 거대한 해일에 부딪치고 만다. 점점 커져가는 파도를 보면서도 ‘설마 저 파도가 우리에게 닥쳐오겠어?’라는 안일함이 초래한 치명적인 결과인 것이다. 여러 언론들이 수차례 보도하는 ‘안전 불감증’의 단어 속엔 ‘낙관적 전망’이 숨어있음을 알아야 한다.

 

낙관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는 ‘부정’을 악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상사의 명령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불합리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직원은 ‘불만이 가득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이는 곧 해고 사유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긍정을 선으로, 부정을 악으로 규정하는 긍정 이데올로기를 사회가 채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긍정이 주는 순간의 행복에 중독되어 현실을 마주하는게 두렵기 때문이며, 둘째,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어서 나타나는 난관을 법이나 복지와 같은 사회 구조적인 면에서 보지 않고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 한 마디로 정의하고 대상이 그것을 수용한다면, 기업 이윤적인 측면에서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낙관의 독은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잃게 만든다. 미래를 대처하는 능력을 저하시키고, 사회구조적인 개선 및 개혁을 지체시켜 결과적으로는 기업 성장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우리는 ‘긍정적’이라는 단어와 ‘좋은’이라는 단어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해왔다.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정상을 넘어 규범인 것처럼 여겼다. ‘긍정적’이지 않으면 어두운 사람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긍정적 사고의 대안이 부정적 사고는 아니다. 부정적인 사고 역시 지나칠 경우 망상이 될 수 있다.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모두 감정과 지각을 구분하지 못하고 현실 대신 환상을 받아들인다. 환상은 합리성을 계산하기 위한 이성의 개입을 막을 뿐만 아니라 이성을 혼란시킨다. 이런 경향에 대한 대안은 바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낙관의 독 속에 빠진 우리는 ‘방어적 비관주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는 단번에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부정적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생각하는 태도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와 같은 내역들을 습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마음의 문제도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는 부정성과 의심을 권장한다. 긍정적 사고의 권위자들이 경계하는 ‘지나친 합리성’을 추구하며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야말로 바로 사회에 필요한 인재이며, 다가오는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영웅이다. 아툴 가완디는 이렇게 말했다. “긍정적 사고는 성공의 비밀이자 열쇠가 아니다. 진짜 열쇠는 부정적 사고다. 실패를 의식하고 때로는 예상하기까지 하는 부정적 사고 말이다.”

 

우리는 낙관의 독 안에 빠진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시끄럽게 울리는 부저를 외면하면서까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대로 닥쳐오는 또 다른 파도를 맞을 것인가?

 

글, 이지은 기자 yeonul@